<우럭 한 점 우주의 맛>, 박상영 단편 ┎ 책

2019 제10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에 있던 박상영 작가의 단편.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가 재미나서 
그의 다른 소설을 검색해보다가 찾아봤는데 단편이더라.
젤앞에 있어서 책 전체 읽는 기분으로 표지를 열었다.
퀴어소설이었군.
엄마에게 사과를 깍아주고 하길래 주인공이 여자인지 남자인 헷갈렸는데...
아들은 엄마에게 사과 깍아주면 안되나? 이런 편견스러운 시선이라니. 사실. 내게 주인공 성별을 헷갈리게 했던 문장이 있는데
"남자들은 도대체 왜 자꾸 내게 미안하다고 할까"라는 문장이다.
이건 다른 성별에게 주로 쓰는 말 아닌가? 그래서 난 화자가 여자구나..싶었는데 남자였다.ㅡ.ㅡ
엄마도 자궁암.외할머니도 암 그러니까 너도 암보험 가입하라는 부분에서도 난 주인공 화자가 여자인가 싶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읽어서 그런지 초반에 좀 헷갈렸다.
고정관념이 있어서 그렇게 읽혔다.살짝 스스로에게 반성했다. 
14페이지에 도착해서야
"유일한 남성이 내 자치가" 부분에 도착해서야 
아..남자구나..했다는...ㅡ.ㅡ
무튼 또 간만에(대체 매번 간만인건 뭐니) 술술 잘 읽히는 국내소설인 것이다(국내외 두루두루 수백권 읽는 사람이신지ㅋ)
그런데 어쩜 이리 사랑이라는 감정 표현을..와.. 사랑에는 남녀가 없다..사랑을 느끼는 건 그냥 사람인 것이다..

37p
그가 갑자기 생선 가시를 바르기 시작하더니 두툼한 꽁치 살을 내 밥공기에 슥 얹어놓았다.
-아이고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아이고, 죄송해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좋아해요. 꽁치 맛있죠.
-꽁치 말고. 당신이라는 우주를요.
용암을 뒤집어쓴 폼페이의 연인들이이런 기분이었을까. 아주 뜨거운 것이 나를 덮쳤고 순식간에 세상이 멈춰버렸다.

꺅~하악하악~~~~~~~~~~~~~~~~~~~~~~~~~~~~~~~~ 근데 왜 나는 웃고있니..ㅋㅋㅋㅋ

그의 입술에서 이전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맛이 났다. 비릿하고 쫄깃한 우럭의 맛. 어쩌면, 우주의 맛.

43p
숱한 밤 동안 그의 얘기를 하염없이 듣고 싶었다. 
그래서 내 머릿속에서 구멍이 숭숭 뚫린 채 있는 그라는 존재의 퍼즐을 완벽히 맞추고 싶었다. 
내가 모르는 그의 인생, 내가 모르는 그의 습관, 내가 모르는 그의 호흡까지도 오롯이 재구성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53p
나는 사진을 보는 척하며 장난으로 그를 안았고, 그는 진심으로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펄쩍 뛰었다.
나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상심하다가 귀여워하다가 짜증이 나다가 초단위의 감정 기복을 반복했다.
그래도 봄의 올림픽공원만큼은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워서 나는 
이 말도안되는 감정 기복이 날씨 때문인가, 하루종일 환자만 들여다보고 있다보니 나까지 어디가 고장났나, 
뭐 그런 생각을 하며 풀잎 같은 걸 괜히 귀에도 꽂아보고 남들이 하는 천진난잡한 짓거리를 다 하고 있었다.

55p
왜 나이든 꼰대들은 자기보다 어린 사람만 만나면 자기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백 명쯤 불러대고, 
자신이 중요하다 생각하는 어젠다를 천 개쯤 대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는 걸까. 
알아서 뭐하게. 알면 뭐가 달라져. 
비슷한 것을 알고 있고, 비슷한 생각을 하면 나이 차이가 줄어들기라도 해? 
다른 생각을 하면 어쩌게. 역시 애 같은 생각을 하는군, 내가 살아온 세월이 헛되지 않았군, 여기며 
엉망진창이 된 얼굴이며 몸같은 것들을 자위질해대려고?

82p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그 불편한 진실을 나는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며 깨달았다.


그와의 관계에서, 그를 향한 '그를 만날 때마다 끓어넘치던 나의 과잉된 감정'(80p)을 표현한 구석구석이,
남자가 남자를 향한 이 끓어오르는 사랑의 감정..너무나 와 닿은건 뭐지?
나도 화자처럼 그에 대한 마음이 미웠다가 좋아 죽겠다가 이랬다 저랬다 막 막 그랬다.
뒤에 이어진 다른 단편들도 읽고 싶지만
삼독회 4월 책을 어서 읽어야 하기에 아쉽지만 덮어본다. 대도시의 사랑법도 읽어봐야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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